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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3-23 10:10
이제는 물 사랑으로
 작성자 : 혜성환경
조회 : 5,707  
서울신문 "물의 날"특별기고 <곽결호 환경부장관>

고향마을을 흐르는 실개천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넉넉히 담고 있다. 가난한 동심에게는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이기도 했다.

환경과 자연과 인간의 삶이 동격이었던 그 시절, 이른 봄이면 개천가에 휘늘어진 갯버들 가지에서 솜처럼 피어난 버들강아지를 따기도 했고, 여름철에는 냇가의 돌을 뒤져 뒷걸음치는 가재를 잡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환경체험학습의 프로그램처럼 여겨질 이 풍경은 놀다 지친 어린아이의 한가로운 일상이 아니라 빈곤했던 시절의 절박한 생활상이었다. 

먹을 것이 흔치 않던 때, 통통한 버들강아지는 한입 가득 넣어 껌 삼아 씹던 좋은 군것질거리였고, 가재는 별스러운 도시락 반찬이 되었으니 말이다.

문 밖을 나서면 깨끗한 자연환경이 아이를 감싸안았다. 그 시절엔 지천의 물이 모두 우리 집 수도였다. 

즉석에서 길어 올린 우물물로 갈증을 달래고 밥을 지었으며, 날이 가물어 우물이 박닥을 드러내면 계곡 물을 길어서 식수로 사용했다. 

그래도 건강에는 아무 탈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물의 위생을 걱정해야만 했다. 한여름에 장마가 져서 말랐던 우물에 빗물이 가득차면, 정부에서 나누어준 "클로르칼크"라는 소독약으로 우물을 소독해 써야 했으니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물은 수질과 수량의 두가지 측면이 모두 충족될때 최고의 가치를 발한다. 둘 다 나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최악의 경우이고, 물은 넉넉한데 수질이 나쁜 것도, 또 깨끗한 물은 있으되 양이 넉넉하지 못한 것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부는 좋은 수질의 물을 넉넉하게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직넉 풍요를 가져다 주고 있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될 수록 물을 오염시키는 물질은 그만큼 많이 배출되고 있다. 

게다가 강수량이 한 여름 장마철에 집중되고 하천의 경사가 급해 물 관리에 어렴움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공급할 수 있는 수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물이 우리 모두의 공동 재산이라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산되어야 한다. 내가 마음껏 쓰고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면 다른 사람에게 돌아기는 양이 그만큼 줄어들 뿐 아니라 아름다운 물길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제12회 "세계 물의 날"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잘 보전하자는 뜻에서 유엔이 정한 기념일이다. 올해는 기상이변 등으로 빈번해지는 재해로부터 대처방법을 찾고자 "물과 재해"라는 주제를 정했다. 

요근래 몇 년 동안 미국이나 인도, 뉴질랜드,독일 등 지구촌 곳곳에서 홍수나 태풍과 같은 물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우리도 지난 2년간 "루사"와 "매미"를 통해 물의 무서운 힘을 실감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수질과 수량, 모두 안심할 위치에 놓여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법의 고리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며 사업의 기본요소인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에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지만, 이제는 물을 아끼고 재이용하는 등의 "물 수요관리"라는 새로은 패러다임으로 매듭을 풀어 나가야 한다. 

다행히 물은 본질적으로 같은 양이면서 순환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굽이굽이 돌아 언젠가는 제자리로 오는 것이 물이다. 이제는 물사랑의 마음자세로 현명하게 물을 관리 할때다.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한정된 물도 무한하게 쓸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출처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